농사 이야기

흐뭇한 사진 한 장

백지(白智) 2016. 7. 3. 22:19

방조망을 둘러친 다음날 고라니가 또다시 들어왔다. 마지막 이랑의 2/3를 먹어치웠다. 며칠 그대로 방치하면 초토화시킬 기세다. 고추를 수확하고 싶다면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날 블루베리 택배 보내고 나서 방조망으로 아예 울타리를 세웠다. 쇠파이프도 박고 말뚝도 박고 하면서 이번에는 꼼꼼히 마무리했다. 원래는 고벵이로 가서 풀을 베어 들깨 심을 준비를 해야 했다. 그날 이후 내내 비가 온다. 들깨 농사 쉽지 않게 되었다. 여하튼 아직까지 고라니는 이 방벽을 뚫지 못 하고 있다. 눈 앞의 맛 있는 고추잎을 먹고 싶지만 들어갈 구멍을 못 찾아 방책 주위를 서성이는 고라니를 떠올리며 흐뭇한 사진 한 장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