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나의 아침식사
백지(白智)
2016. 7. 16. 00:37
토마토가 익었다. 어제 읍내에서 식빵을 사왔다. 올리브 기름 발라 후라이팬에 구어 토마토를 얹어 먹었다. 연구실에서 늘 먹던 아침 식사다.
나에게 토마토는 좀 특별하다. 처음으로 풀 덮어 기른 농작물의 우수함을 경험적으로 확인시켜주었던 작물이기 때문이다. 일반 친환경 농사 방식으로 텃밭을 몇 해 지었었다. 땅 넓이가 조금씩 넓어지니 퇴비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더 많아졌다. 그래서 인터넷에 농사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하다 김윤수 선생님 블로그 "자연유기농업 & 느림과 자유로운 삶 꿈꾸다(http://blog.daum.net/kyu1515/)"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해 겨울 내내 시간나는 대로 블로그를 공부했다. 날씨가 풀리자 곧바로 그 농사방식대로 실행해 보았다. 두둑을 부수고 고랑을 메워 밭을 평이랑으로 만들고, 주위의 돌들을 줏어다 틀을 만들고, 산에서 부엽토를 긁어와 밭에 뿌리고, 농수산물시장에서 푸성귀 찌꺼기를 걷어와 덮으면서 틀밭을 만들었다. 모든 작물이 일률적으로 잘 자라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수확을 거뒀다. 그런데 농작물 질이 좀 달랐다. 무엇보다 토마토 맛이 이전과 뚜렷히 차이났다. 좋았다. 그 이후 매년 나는 그 맛을 다시 경험하고자 토마토를 기른다. 토마토가 나를 풀 덮어 기르는 사람으로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