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조그맣게 보이는 것이 마늘이다. 흙 속 약 10cm 깊이에서 찾아냈다. 작년 가을에 내가 그 깊이에 마늘을 심었을 리 만무하다. 그러면 어째서 마늘이 그 깊이까지 들어갔을까?
두더지의 짓이다. 마늘 왼쪽에도 굴, 오른쪽에도 굴이다. 오른쪽 굴의 직경은 상당히 크다. 마늘은 가을에 뿌리를 내려밖고 움직이지 않았다. 두더지가 그 옆으로 겹겹이 굴을 팔 때 흙이 계속 솟구쳐 올라와 마늘을 뒤덮은 것이다.
밑에서 위로 흙을 올려버리니까 두둑 위에 촘촘히 덮어 놓은 풀들이 성글게 되어 풀 사이로 흙이 노출된다. 흙이 노출되면 흙 속에 들어 있는 풀씨들이 빛을 받아 발아한다. 마늘 밭에 다른 풀들이 자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밭을 메야 한다. 풀을 베어 덮는 일이다. 그러면 다시 지렁이가 생기니까 두더지가 또 굴을 판다. 그러면 두둑에 풀이 난다. 나는 또 밭을 메야 한다. 이런 일들이 계속 된 것이며 그 사이 마늘은 점점 땅 속 깊숙이 들어가 성장하지 못 하게 된 것이다. 봄 내내 그 놈이 그 짓을 한 것이며, 봄 내내 그 놈이 나를 부려먹은 것이다. 이 밭은 나의 마늘밭이 아니라 두더지가 나를 이용해 지렁이 농사를 짓는 두더지의 밭인 것이다.
이 메카니즘을 깨닫자 분노를 느꼈다.
그 놈은 마늘밭 전체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양파밭도 마찬가지다. 나는 수확할 게 없다. 그러나 그놈은 새끼도 많이 낳을 정도로 풍요로운 수확을 거두었을 것이다. 확실히 작년에 비해 피해가 더 심하다. 해가 갈 수록 피해는 더 심해질 것이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