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수해

백지(白智) 2016. 7. 6. 21:59


어제 펀드 회원들에게 택배를 보냈다. 상자를 4개 밖에 꾸리지 못 했다. 현재 수확할 수 있는 브로콜리가 그것 뿐이다. 아직 봉오리가 맺히지 않은 것들이 조금 남았는데 지켜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회원 가입 1순위를 놓고 다투었던 진성 회원 두 분에게 택배를 못 보냈다.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의 뜻의 전한다. 아울러 참외가 열린다면 이 두 분께 보내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택배 보내고 블루베리 물 주러 고벵이에 왔다가 고추밭을 보고는 갑자기 멍해져 꼼짝할 수 없었다. 엇그제까지 잘 버티고 있었던 고추가 축 늘어져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는 사인이다.


토마토도 마찬가지다. 겨울에 뿌려둔 씨앗이 너무 늦게 발하해서 얼마전에 옮겨 심어 놓은 토마톤데 순식간에 이 모양이 되었다.

계속 비가, 더욱이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더니만 뿌리가 숨을 쉬지 못 해 질식해 있는 것이다. 미리 밭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작물을 심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지니 예상 못 했던 낯선 감정이 감지된다. 

오늘 고추들에게 미생물 활성액을 뿌려 주었다. 잠긴 물이 너무 많아 별 효과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은 해 보는 것이다. 오후에는 지나치게 많이 잠긴 곳에 도랑을 좀 파서 물을 빼 주었다. 하루 종일 비가 쏟아졌다 그치기를 계속 반복했다. 약이 올라 하늘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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